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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를 하다(~ing), 브랜딩에 대한 고찰

초등학교 때, 이모가 야구 모자를 선물로 줬습니다.

당시 엄마가 이랜드 주니어에서 사준 옷이 패션에 전부였던 저는 받은 모자를 쓰고 학원에 갔습니다.

학원에 도착하자 친구가 "야~ 이거 브랜드 아니냐?"라고 했습니다.

그때부터 괜히 그 모자가 좋아 보였습니다.

이처럼 브랜드는 기존 가치에 추가적 가치를 부여하는 역할을 합니다.

 

당시 친구가 브랜드라 부른 모자는 "Von Dutch"였습니다. 기억나시나요?

 

브랜드의 사전적 의미는 "특정 제품 및 서비스를 식별하는 데 사용되는 상표, 기호 등의 총칭"입니다.

위 의미대로라면 모든 제품은 브랜드를 지닙니다.

그런데 우리는 모든 상표를 브랜드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지금 생각나는 브랜드를 떠올려봅시다.

저는 코카콜라와 이마트가 먼저 떠오릅니다.

코카콜라는 빨간색, 북극곰, 겨울, 산타, 푸른빛이 은은히 나는 유리병까지 다양한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이마트는 노란색과 에스컬레이터 위 쇼핑카트 그리고 무한 돌림노래가 기억난난나나나나난난난~

 

 

우리가 브랜드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뚜렷한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브랜딩은 브랜드를 명료하고 구체화하는 활동을 의미합니다.

다양한 브랜드 구성요소를 정돈하고, 결이 맞지 않는 것을 제거, 독보적 특성을 더욱 강화하는 과정이 브랜딩입니다.

그럼 브랜딩의 활동 범위는 어디까지일까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브랜딩의 범위는 광고 및 홍보 활동 등의 외부 이미지에 제한됩니다.

그러나 브랜드 내부의 이미지와 외부의 이미지는 분리할 수 없습니다.

수직적이고 강압적인 내부 분위기에서 자유로운 브랜드를 운영하기 어렵습니다.

짧은 시간, 다른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 순 있지만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브랜드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무자비하게 공유됩니다.

브랜드 내 근무 방식에서 특정 직원의 부정적 소문까지 삽시간에 퍼집니다.

그래서 브랜딩은 내부 경영에서 시작됩니다.

 

내부의 모든 요소는 브랜드의 구성요소입니다.

사무실의 위치가 여의도, 서울역, 강남역에 따라서 떠오르는 이미지가 다를 것입니다.

구성원들 간 소통 방식은 어떤지, 직급은 어떻게 구성되는지, 심지어 사무용품은 어떻게 보관되고 있는지까지 브랜드에 묻어납니다.

구석에 먼지 쌓인 사무용품을 보며 어떤 업무가 브랜드에서 중요하지 않은지 유추할 수 있습니다.

책상 위 무수한 클립을 보며, 이 곳은 문서화 작업이 중요하고 충분한 데이터를 통한 이성적인 브랜드라고 유추할 수 있습니다.

브랜딩을 위해 로고 디자인을 해야 하니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스킬이 필요하겠네?

브랜딩은 기획서 발표가 핵심이니 프레젠테이션 스킬을 키워야겠다!

물론 모두 필요한 스킬입니다.

그러나 위 스킬은 브랜딩을 위한 핵심 역량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브랜딩은 어떠한 툴을 잘 다루는 미시적 역량보다 기업 전반을 보는 시야, 거시적 역량이 필요합니다.

브랜딩의 핵심은 전략을 세우는 것이고 수행 과정에서 필요한 스킬은 실무진에게 도움을 청하면 됩니다.

물론 실무진이 없는 경우에는 이 또한 본인이 해야겠지만...... 필요 역량이지 핵심 역량은 아닙니다.

 

실무진이 없는 경우... 리스펙합니다...

브랜딩은 쉬운 업무가 아닙니다.

긴 시간, 브랜드의 다양한 요소에 공감하면서도 객관적 시각으로 개선안을 도출해야 합니다.

즉시 효과가 드러나지 않으며 오히려 당분간 수익이 감소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브랜딩이라는 단어가 일상화된 만큼, 모두가 한 마디씩 거들 수 있는 직무이기도 합니다.

실적 부진의 핵심 이유가 되기도 하며, 성공해도 오롯이 성과를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객에게 기억되기 위해서는 브랜딩은 필수입니다.

수많은 브랜드가 매일 생기는 이 순간, 브랜딩의 의미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 본 포스팅은 박창선 작가의 "어느 날 대표님이 우리도 브랜딩 좀 해보자고 말했다 (미래의 창)"를 읽고 든 생각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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